본문 바로가기
Archive/비스무리 하면서도 틀린 일상

최근 근황... 아 그래 나 일본 문부성에도 쳐들어 갔었지...

by J. Herbert 2010. 9. 14.


블로그 두달동안 방치상태였군요.  여러가지 의미로 시간이 없었습니다만 오늘 잡혀있는 레슨 2개가 연속으로 취소되어서 갑자기 시간이 생겼는지라 가까운 피씨방 후닥닥 들어가 적습니다.

하아 이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지난 두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다 쓰지는 못하겠군요.

1.일본에 갔습니다.  7월 9일날에 도착했군요.  영어로 몇번 업뎃을 하긴 했습니다만 일단 처음 두달동안은 제 일본 친구 집에서 신세 졌습니다.  처음 2 ~ 3주는 길도 많이 헤메고 가까운 동네 중심으로 많이 돌아다녔습니다만 뭐 이거 웬만큼 더워야지 말입니다.  하루에 7시간을 걸은 적도 있었고 그때는 교통비보다 음료수 값이 압도적으로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때는 20분에 한번씩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사먹으면서 걸었는데도 화장실 한번 안간 날도 있었으니까요.  그만큼 땀이 많이 났습니다.

2. 그 뒤에는 영어를 가르치는 직업을 찾기 시작했습니다만... 시작부터 삐걱 거린게 작성한 영어 이력서도 마지막 장을 캐나다에 놓고 와서 다시 만들어야 했고 게다가 커버 레터, 즉 자신를 소개하고 왜 자신이 직업에 적합한지 적는 편지, 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서 몇번 끄적이다가 포기.  이거 지원하는 회사마다 다르게 써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그 더운 때에 정장 차려 입고 거의 매일 이력서 돌리러 갔었습니다.  구글 맵을 써서 학원을 찾고 가봤으나 많은 곳이 없어졌더군요.  그나마 남아 있는 학원들을 방문하면서 이력서를 던져놓고 갔습니다.  하지만 연락 오는 곳은 없더군요.  그럴때 초초해 져서 기분이 많이 다운 되었습니다.

3. 그런 날이 계속 되다가 뭐 직업 못잡으면 그냥 놀다가 캐나다로 돌아오면 되지, 라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습니다.  그러고서 제가 한 첫번째 행동이 일본 문부과학성에 쳐들어 가는 것이였습니다.  뭐 한국의 문교부정도 되는 곳일까요.  게다가 그곳으로 가는 지하철 역 이름이 '토라노 몬.' 호랑이 문, 즉 호랑이 굴이였습니다.  뭐 호랑이를 때려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가야 한다는... 한국 속담 있지 않았나요? 웬지 미묘하게 틀린것 같긴 합니다만... 무작정 직업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정장 차려 입고 이력서 들고 갔습니다.



캐나다에서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파견된 일본인 영어 교사들의 영어 회화를 담당한 적이 있는지라 그래도 문부과학성에 가면 뭔가 있지 않을까 해서 갔는데... 뭐 역시 입구 마다마다 경비원이 있더군요.  경비원에게 안되는 일본어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황당해 하면서 나가라고 할 법도 한데 친절하게 전화번호를 주면서 이곳으로 전화를 해보세요, 하시더군요.

전화 해 봤습니다.  문부과학성에서 어느 분이 전화를 받더니 저를 외무성으로 돌리더군요.  외무성에서 또 다른 부서로 넘어가고 거기서 또 다른 부서로 넘어간 결과로는... 뭐 역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 였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라는 느낌이였습니다.  뭐 그렇죠.  어디 미국에서 어중이 떠중이가 한국에 와서 문교부에 직접 찾아와 직업 있나요? 라고 물어보면 이런 미친 놈이 있나... 하겠죠.  너가 알아서 찾아봐야지 그걸 왜 여기 와서 물어봐? 정도가 반응이겠죠?



하지만 돌아갈 때는 돌아가더라도 그때까지는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든지 해보겠다, 라고 마음을 먹은지라 이런 미친 짓도 가능하게 되더군요.  그래야 후회가 없잖아요.  최선을 다했는데 안되는건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때는 깔끔히 포기하고 미련없이 앞으로 나아가야죠.

4. 그 뒤에 간 곳은 '헬로 웍스' 라는, 신쥬쿠에 있는 직업 알선 업체였습니다.  웹사이트에서 영어로도 설명을 한다고 들어서 가봤습니다.  점심에 한번 가봤는데 빠글빠글... 앞에 접수 받는 분에게 상담 받고 싶다고 했더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침에 오지 않으면 상담 받기 힘들거라고 하시더군요.  좋은 징조는 아니였습니다.  직업 알선 업체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불황이라는 소리잖아요.  외국인은 물론 일본인들도 많았습니다.  하아...

그래서 며칠 뒤 다시 갔습니다.  거의 열자 마자 가서 이름 등록 해 놓았는데 거의 세시간 뒤에 상담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접수 하시는 분이 영어로 상담 받으려면... 훨씬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나 돈을 받는다나... 뭐라고 했더라... 그래서 일본어로 상담을 받기로 한건데도 그만큼 기다린 겁니다.  아 나 일본어 못하는데 어쩌라고...

그런데 상담을 받는데 생각보다 일본어가... 되더라고요.  어라? 나 혹시 일본어 상당히 잘하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상담하시는 분이 직업 몇개를 프린트 해서 주시는데... 한자를 전혀 읽지 못하겠더라고요.  하하 -_-;

그래서 '부끄럽지만 저 이거 전혀 못읽겠는데요' 라고 말했더니 '일본어가 그정도 되는데도 한자 전혀 못읽어? 나까지 부끄러워 지는걸?' 라고 나이스하게 태클을 걸어주셨습니다.

그래도 일본어 말하기 대회 우승 한 것도 잘 봐주시고 해서 상당히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셨습니다.  여러가지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요.  역시 쓸때와 말할때는 언어의 방식이 많이 틀리다면서 제가 말하는게 상당히 웅변식의 문어체라서 상황에 따라서는 상당히 거만하게 들린다고 그러시더군요.

결국 영어를 가르치는 직업은 네이티브도 지금 찾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보통의 아르바이트 인터뷰를 잡아주셨습니다.  그곳에서 제일 큰 수확은 제 영어 이력서를 공짜로 일본어로 번역받았다는 것일까요.  100%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중요한 내용은 다 들어가 있더군요.

5. 소개받은 직업은 레스토랑의 서빙 직업이였는데요... 결국 전철을 잘못 타서 늦어서 면접도 못봤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안심한 것이 시급도 850엔이였고 역에서 한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산속에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였습니다.  아무리 일본어를 배우는데 좋다고는 하지만 그정도로 멀리 가면서 일하느니 차라리 캐나다로 돌아가고 말지... 

6. 그러고 나서 저에게 여러모르 도움을 주시던 교회의 선교사님의 제안으로 '동유모' (동경 유학생 모임)라는 다음 카페에 광고를 올려봤습니다.  뭐 별 기대는 안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에 유학 와서 일본어 배우기도 바쁠텐데 누가 영어를 배우려고 하겠어... 라는 생각이였습니다.

아 근데 웬걸요... 거의 20군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덕분에 영어 학원에도 파트 타임이지만 일하게 되었고 개인 레슨도 일본에서 어느정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잡혔습니다.  지금 금요일 하루만 비어놓고 매일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한 2주 정도 되었습니다.  바쁘지만 전에 일을 찾지 못해서 하루종일 다운 되었던 날들 보다는 훨씬 낫네요.

이제 스케쥴도 어느정도 안정이 되어가고 패턴이 잡혀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는 대로 다시 블로그를 업뎃해야죠.

7. 어느 날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 역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정말 고전적인 일본 스포츠 청춘 만화에 나올 법한 장면을 보게 되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아쉽게도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뒤에서 찍게 되었습니다만 옆에서 찍을 수 있었다면 정말 그림이였을텐데요...


중학교나 고등학교 애들 같았는데 남자애들은 앞에서 뛰고 뒤에 매니져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이스박스가 든 자전거를 타고 뒤에서 응원하는 모습... 아 이거 옆에서 찍지 못한게 한이네요.  정말 일본 소년 만화에 나올법한 장면이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