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사납고 사나운 호주 까치, Australian magpie

J. Herbert 2021. 8. 11. 16:10

오늘은 사납고 사나운 호주 까치 (Australian magpie)에에 대해 써 보고자 한다.

사실 까치라는 이름만 공유할 뿐이지 완전 다른 종이라고 한다.

한국 까치는 전체적으로 수려한 느낌으로 푸른빛 날개와 초록색 꼬리를 자랑한다. 사진은 저작권 관계로 첨부하지 못하였다.

포스부터가 다르다

 

호주 까치는 그야말로 지옥의 파수꾼이다. 시체 잘 뜯어먹을 것같이 생겼다.

 

사실 한국 까치도 생각보다 사나운 편이긴 한데, 호주 까치에는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그냥 지나가는 사람 머리 위나 옆을 스치며 휙 지나간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실제로 몸통박치기를 하거나 부리로 쪼는 경우도 있다.

 

중학교때 1년 반 동안 호주에서 거주할 때 자주 겪어봤다. 거의 머리 뒤통수에 닿을락 말락 휙 비행하면서 위협하는데, 진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캐 소름 돋음이다. 머리털이 쮸볏쮸볏 서는 느낌이다.

 

나름 3D이니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참고로 대학교에서 그림 전공 1년 했었다.

 

새가 머리위나 옆을 스칠 때마다 드는 소오름이 너무 싫어서 진짜 어린 마음에 야구방망이를 들고 다니려고도 했다. 휙 오는 순간을 맞춰서 공 쳐내듯이 야구방망이로 쳐내려고. 근데 경로가 정해진 공도 헛스웡질하는 운동 고자가 유도미사일을 타이밍 맞춰서 쳐낼 리가 없지

 

진짜 호주 어딜 가도 있다. 피할 수가 없는 녀석이고, 하도 자주 사람들을 공격하다 보니 호주 사람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녀석이다. 걸어다녀도 공격하고 뛰어다녀도 공격하고 자전거 타고 다녀도 공격한다. 처음에는 소름과 공포지만 계속 겪다 보면 빡친다. 그렇다면 왜 이 녀석들은 이렇게 호전적일까?

 

산란 기간동안 알이나 새끼를 보호하려는 수컷의 보호본능이라고 한다.

 

산란 기간이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6월에서 12월까지인데 (호주는 남반구라 계절이 반대), 알이나 새끼를 보호하려고 수컷 호주 까치가 둥지 근처를 지나가는 모든 거대 생명체를 공격한다. 영어로는 swooping이라고 하는데, 휙 역포물선을 그리며 강하한다는 의미이다.

 

호주 까치의 공격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일은 거의 없지만, 당해 보면 기분 정말 더럽다. 호주 까치의 공격이 시작되었다면 공식 대처 수칙은 이러하다.

1.     뛰지 말고 빠르게 걸어서 지역을 이탈한다

2.     모자나 우산을 쓴다

3.     자전거를 타고 있다면 내려서 걷는다

4.     절대 일부러 호주 까치를 자극하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호주 까치의 방어 행동이 더 심해질 뿐이다.

 

자기 새끼 보호하겠다고 하는 행동이니 뭐라 할 수 없지만, 이 때문에 부상이나 사망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얼마전에도 호주 까치의 공격으로 5개월 여아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아이를 안고 걸어가던 엄마가 이 호주 까치가 공격해 오자 피하려다 넘어져 아이가 머리를 다쳐 사망한 것인데, 아무리 동물 보호가 중요하고 종의 다양성을 지키는 것이 인간에게 이롭다고 해도 이렇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동물을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도 좀 아니지 않나 싶다.

 

도심에서 무심하게 돌아다니는 닭둘기들이 갑자기 포악하게 변하여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면 우리 같으면 씨를 말려버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하긴 예전에 호주에서 비슷한 이유로 군대까지 동원해서 에뮤하고 전면전을 벌였다가 처참하게 패배하기는 했다.

 

만만하게 생겼지만 군대하고도 비벼봤던 전투민족이다

 

그래서 일찍이 자연은 이길 수 없다라는 생각이 그들 생각 속에 뿌리 깊게 박혀 호주 까치와도 아슬아슬한 공존을 택한 것이 아닐까